불송치 결정 종류 총정리, 각하·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차이
불송치 결정이란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 뒤 공소청에 넘기지 않고 경찰 단계에서 끝내는 결정을 불송치라고 합니다. 고소한 사람은 사건이 그냥 덮인 것은 아닌지 답답하고, 조사받던 사람은 안도하면서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통지서를 보면 불송치 옆 괄호에 각하,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중 하나가 적혀 있는데, 처벌받지 않는다는 결론은 같아도 경찰이 사건을 끝낸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죄가 성립하는 세 단계를 알면 구분이 쉽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세 단계로 따집니다. 첫째, 겉으로 보기에 범죄의 모습을 갖추었는지(구성요건), 둘째, 법질서에 비추어 정말 허용되지 않는 행위인지(위법성), 셋째, 그 사람을 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지(책임)입니다. 세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유죄가 되므로, 불송치의 종류는 대체로 어느 단계에서 걸러졌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수사준칙이 정한 불송치 결정의 종류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끝낼 때 내리는 결정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1조 제1항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법원송치, 공소청송치, 불송치, 수사중지, 이송 등이 있고 이 가운데 불송치는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증거불충분),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로 나뉩니다. 즉 불송치 결정의 종류는 크게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네 가지입니다.
각하: 고소 내용 자체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
각하는 고소장에 적힌 사실만 보아도 범죄가 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 내리는 결정입니다. 이미 불송치로 끝난 사건을 새로운 증거 없이 다시 고소한 경우도 각하 대상입니다. 누군가 전자파로 매일 다리를 아프게 한다는 주장이나, 지나가던 친구가 넘어지면서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부쉈다는 사안이 예입니다. 형법에는 과실로 물건을 부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고도 바로 사건을 끝낼 수 있습니다.
혐의없음: 범죄가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없는 경우
혐의없음은 첫 단계인 구성요건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로,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무혐의가 이에 해당합니다. 두 가지로 나뉩니다. 범죄인정안됨은 조사해 보니 그 행위가 애초에 범죄가 아닌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500만 원을 빌렸다가 사업이 어려워져 갚지 못했더라도, 빌릴 당시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가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채무 문제입니다. 증거불충분은 의심은 가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입니다. 고소인의 진술뿐이고 CCTV, 계좌내역, 목격자가 모두 없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혐의없음이 됩니다.
죄가안됨: 행위는 확인됐지만 벌할 수 없는 경우
때리거나 부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특별한 사정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경우로, 위법성이나 책임 단계에서 걸러진 사안입니다. 정당방위가 대표적입니다. 밤길에 흉기를 든 사람이 덮쳐서 목숨을 지키려 밀쳤는데 상대가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면 겉보기에는 상해이지만 방어 행위여서 죄가 되지 않습니다. 책임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도 여기에 속합니다.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망가뜨린 경우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대신 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심신상실 상태에서 한 행위도 같습니다.
공소권없음: 재판을 열 수 있는 요건 자체가 없는 경우
앞의 결정들이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따져본 결과라면, 공소권없음은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재판으로 나아갈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끝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단순 폭행, 협박,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서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낸 경우, 모욕죄 같은 친고죄에서 고소를 취소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범죄가 분명해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처벌할 수 없고, 피의자가 사망하면 형사책임을 물을 대상이 사라져 사건이 종결됩니다.
종류에 따라 고소인과 피의자의 대응이 달라집니다
불송치는 종류와 상관없이 수사가 경찰 단계에서 끝났다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려면 종류별로 접근 방향이 달라야 합니다. 혐의없음이라면 부족했던 증거를 새로 보강해야 하고, 공소권없음이라면 합의나 고소취소 과정에서 강요나 착오가 없었는지를 짚어야 하며, 각하라면 각하 사유에 정말 해당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반대로 피의자 입장에서는 불송치 사유를 정확히 확인해 두어야 이의신청이 들어왔을 때 어떤 점을 방어할지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의 절차와 기한은 별도의 칼럼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각하는 고소 내용만으로 범죄가 되지 않음이 분명하거나 이미 종결된 사건을 이유 없이 다시 고소한 경우입니다. 혐의없음은 범죄가 되지 않거나 증거가 없는 경우, 죄가안됨은 행위는 있었지만 정당방위나 책임능력 부재로 벌할 수 없는 경우, 공소권없음은 합의, 시효 완성, 사망 등으로 재판 자체를 열 수 없는 경우입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괄호 안의 단어부터 확인하고, 그에 맞춰 다음 대응을 정하시기 바랍니다.